送秘書晁監還日本國
(송비서조감환일본국)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서감 조형을 보내며
비서 조감의 일본 귀국을 전송하며-왕유(王維)
積水不可極(적수불가극) : 바다의 큰 물결 끝이 없는데
安知滄海東(안지창해동) : 어찌 이 바다의 동쪽을 알 수 있으리
九州何處遠(구주하처원) : 세상 어느 곳이 이보다 멀까
萬里若乘空(만리약승공) : 만리 공중을 타고 오르는 것 같도다
向國惟看日(향국유간일) : 나라를 향하는데 보이는 것이란 오직 해
歸帆但信風(귀범단신풍) : 돌아가는 배는 다만 바람에 맡긴다
鰲身映天黑(오신영천흑) : 거북이 몸이 하늘빛에 비쳐서 검고
魚眼射波紅(어안사파홍) : 물고기 눈이 파도 사이로 빨갛게 얼른거리네
鄕樹扶桑外(향수부상외) : 고향 나무는 동해 저쪽에 있고
主人孤島中(주인고도중) : 주인은 외로운 섬 안으로 간다네
別離方異域(별리방이역) : 헤어지면 정말로 다른 나라이니
音信若爲通(음신약위통) : 소식이 어떻게 전할 수 있으리오
시의 배경 및 두 인물의 역사적 상황
이 시는 당나라의 시인 왕유(王維)가 일본에서 당나라로 건너와 관직을 지냈던 아베노 나카마로(阿倍仲麻呂)를 송별하며 쓴 작품입니다. 아베노 나카마로는 일본 나라 시대(奈良時代)의 관리이자 학자로, 당나라에 유학 온 대표적인 일본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비서감(秘書監)이라는 직책을 맡아 당나라 궁정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당나라와 일본 간의 문화적 교류를 촉진한 인물입니다.
1. 아베노 나카마로의 배경
아베노 나카마로는 717년 일본에서 견당사(遣唐使)의 일원으로 당나라에 파견되었습니다. 그는 당나라에서 학문과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아 과거에 급제하였고, 이후 당나라의 고위 관직인 비서감에 임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모국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며, 오랜 관직 생활 끝에 일본으로 귀환하려 했습니다. 이 시는 그가 일본으로 귀국하기 위해 당나라를 떠날 무렵,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왕유가 그를 배웅하며 쓴 것입니다.
(참고) 아베노 나카마로가 고국 일본을 그리워하며 읊은 와카
제7번 아베노 나카마로(阿倍仲麻呂) - 백인일수
天あまの原はら ふりさけみれば 春日かすがなる 三笠みかさの山やまに いでし月つきかも
드넓은 하늘 우러러 바라보니 뜬 저 달은 고향산에서 바라 본 달과 같구나
2. 왕유와의 관계
왕유는 당나라 중기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화가로, 불교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왕유는 동시대의 여러 문인 및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폭넓은 지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아베노 나카마로 역시 그의 친구 중 한 명으로, 두 사람은 서로의 문학적, 철학적 관심사를 공유하며 깊은 우정을 나눴습니다.
시 해석
1. 적수불극 (積水不可極)
"바다의 큰 물결 끝이 없는데…"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당나라에서 일본까지의 먼 여정을 상징합니다. 왕유는 이 거대한 자연을 통해, 친구를 떠나보내는 감정과 인간이 감당해야 할 운명의 크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안지창해동 (安知滄海東)
"어찌 이 바다의 동쪽을 알 수 있으리…"
왕유는 아베노 나카마로가 떠날 동쪽 바다의 미지의 세계를 묘사하며, 그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함에 따라 겪을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3. 구주위진원 (九州爲塵遠)
"세상 어느 곳이 이보다 멀까…"
중국(당나라)의 구주(九州)와 일본 간의 거리감을 강조하며, 그 지리적 거리만큼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당시의 국제적 교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4. 만리승풍공 (萬里乘風空)
"만 리 공중을 타고 오는 것 같도다…"
왕유는 배를 타고 떠나는 아베노 나카마로의 모습을 자연의 일부로 묘사하며, 그의 여정이 운명에 맡겨졌음을 나타냅니다. 바람과 바다는 여기서 자연의 질서를 상징합니다.
5. 향관재청유 (向觀在淸遊)
"나라를 향해 하늘 높이 떠오르는 것 같도다…"
아베노 나카마로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정체성을 마주하는 여행임을 암시합니다.
6. 귀주의신풍 (歸舟依信風)
"돌아가는 배는 다만 바람에 맡긴다…"
귀환의 과정이 자연의 힘, 즉 바람과 파도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함을 암시합니다.
7. 어파락적란 (魚波落赤鸞)
"물고기 파도 넘어 파도 사이로 빨갛게 일렁거리니…"
왕유는 바다 위의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장면을 통해 아베노 나카마로가 마주할 자연의 경이로움을 강조합니다.
8. 향수수파수 (鄕樹數擺手)
"고향 나무는 동해 저쪽에서…"
고향에서 기다리는 나무는 아베노 나카마로의 귀환을 상징하며, 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합니다.
9. 주인상별로 (主人相別路)
"주인을 보내는 길은 슬픈 것 같나니…"
왕유는 친구와의 이별에서 느끼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구절은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감정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10. 별지왕국견 (別指王國見)
"여행지에 정말로 다른 나라가…"
아베노 나카마로가 마주할 일본이라는 나라를 왕유는 신비롭고 낯선 곳으로 묘사하며, 새로운 만남과 배움의 가능성을 표현합니다.
11. 음신위도임 (音信爲道臨)
"소식을 어떻게 전할 수 있으리오…"
왕유는 떠나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소식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냅니다. 이는 두 사람의 우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 및 역사적 의의
이 시는 단순한 송별을 넘어, 당나라와 일본 간의 문화적 교류와 우정을 깊이 담아낸 작품입니다. 왕유는 자신의 친구인 아베노 나카마로를 배웅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별과 만남의 철학적 의미를 시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아베노 나카마로는 일본으로 돌아가길 희망했으나, 불행히도 귀국하지 못하고 당나라에서 생을 마감하였기에 이 시는 더욱 비극적인 감정을 자아냅니다.
왕유의 이 시는 오늘날까지도 동아시아의 문학적 교류와 인간적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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